2018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 감상문
교수명 : 최주엽
수업명 : 회로이론Ⅱ
학생명 : 안준범
학번 : 2012732034
본래 형식 없이 적는 것이 예가 아님은 압니다만, 감상문인 관계로 두서없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성하였으니 이점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전기공학도라는 이름에 부끄럽게도 이러한 행사의 존재조차 몰랐다. 어쩌면 지나가는 길에 학교 게시판에 걸린 포스터를 보거나 인터넷의 홍보문을 보거나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서울에서 열린다면 모를까 왕복 4시간씩 걸리는 거리를 학기 중에 다녀오는 것은 하루의 수업을 온전히 포기해야 하는 일이라 사실상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방학 중에는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지만....) 어찌 되었건 이번 기회에 참가하게 되었고 참가하는 김에 무엇이라도 얻어가고자 사전에 일정표를 검토해봤다. 11시부터 12시까지 일자리토크콘서트가 있다는 것을 보고 아침 1교시 수업 때보다도 이른 아침에 일어나 준비하고 킨텍스를 향하였다. 전날 카페인 섭취로 인해 잠을 못 자기는 했지만 불편한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조느니 전날 미리 옮겨둔 디렉토리북이라도 읽자 하여 이동하는 시간 동안 대략 카탈로그를 훑었다. 사실 훑었다고 말하기도 그런 것이 학부생 특히 나 같은 열등생의 수준으로는 무슨 말을 하는지도 이해가 안되는 게 많았기에 펼쳐만 놓고 있었다는 표현이 올바를 지도 모르겠다.
2시간 동안 눈을 뜬 상태로 멍하니 카탈로그를 넘기며 10시 30분쯤 킨텍스에 도착하였다. 전시회장 특유의 강한 조명 탓에 빛에 약한 내 눈 탓에 머리는 약간의 두통을 호소했고, 명색이 에너지에 관심을 두는 전시회에서 이렇게 조명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도 되는가 하며 혼자 툴툴거렸다. 본래 계획으로는 30분 동안 잡페어관을 잠시 들러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내 10시 45분부터 일자리 토크 콘서트를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에 발길을 돌려 자리를 잡았다. 일자리 토크 콘서트가 시작되고 스타트업에 입사한 사람과 공기업에 입사한 사람이 나와 취업에 관한 팁을 설명했다. 사실 이러한 정보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이 거의 뻔한 이야기의 나열에 가깝다. 학교 취업설명회에 오는 동문 선배들의 조언이 오히려 더 구체적이고 비슷한 직군에 지원할 것이므로 더 와 닿는다. 그 후에는 일자리 우수사례라 하여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연설하였다. 이 내용 역시 크게 대단한 점은 없었다. 적고자 하면 미묘하게 긴 내용이 되어서 적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공기업들의 채용 가이드라인을 잘 따른 예시 자체였다. 3부에 관하여는 긴 불만이 있지만 적지 않겠다. 어찌 되었건 4부를 하기 전에 잠깐 퀴즈를 하고 4부도 무난하게 끝났다. 앞서 에너지공단에 관한 소개에 귀가 솔깃하여 연설하신 분을 찾아가 취업이라던가 기업 관련해서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혹시 괜찮으실지 여쭙자 잡페어관에서 자신이 있으니 점심시간이 끝나고 찾아오라며 흔쾌히 수락하셨다.
점심시간에 잠시 고민하였다. 나가서 점심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잡페어관을 찾기 전에 조금이라도 둘러볼 것인가.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인간이 낫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점심은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일자리 토크 콘서트를 대기하는 도중에 도슨트 투어라는 것의 존재를 알게 되어 안내 데스크에서 신청하는 것이었다. 13시는 이미 마감되었고 14시에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우선 신청을 해두고 가까이 있던 공기업 특별관을 찾았다. 그냥저냥 둘러보던 중 한국동서발전에 있던 드론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드론 사업에 관하여 사생활 침해나 드론 병기의 윤리 같은 문제 탓에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긴 하지만 가장 핫한 사업임은 역시 부정할 수 없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과거 교수님이 이야기해 주신 그 드론이었다. 태양광 설비가 광범위하게 설치되었을 경우 일일이 사람이 방문하여 패널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드론을 통하여 확인한다는 것이었는데 말로만 듣던 기술을 눈앞에서 확인한 것이다. 이때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술 담당 엔지니어가 점심을 먹으러 가지 않았던 점이다. 내가 관심을 두자 엔지니어가 다가와 설명을 해줬고, 나는 교수님에게 들을 이야기들을 줄줄이 풀어놓았다. 엔지니어도 내 이야기가 맘에 들었는지 한동안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런 기술을 전시하고 있는 부스는 S 에너지도 있으니 거기도 찾아가 봐라.’ ‘우리가 사용하는 드론은 S 에너지에서 사용하는 드론보다 1~2천만 원 정도 비싸다. 동서발전은 태양광뿐 아니라 풍력발전에도 힘을 싣고 있고 이 역시 검사가 필요하다, 풍력발전기의 볼트나 너트의 조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이 올라갈 수 없다. 따라서 드론을 이용하는데 아무리 드론이라 하여도 풍력발전기에 접근할 경우 위험 상황이 생긴다. 따라서 일정 거리를 두고 촬영해야 하며 거리를 둔 상태에서 볼트의 조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고해상도의 카메라가 필요로 하므로 더 비싼 장비를 쓴다.’는 이야기라던가, ‘이런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드론 조종 관련 자격증도 필요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자신이 이 프로젝트 총괄하는 사람인데(총괄까지는 기억이 애매하다.) 프로젝트 진행 당시 드론을 조종할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자원하였고 관련 자격증도 취득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자격증까지는 필요 없고 드론 조종 20시간 이수정도면 충분하다.’라고 답했다. 취업에 관하여도 많은 것을 물어봤다. 사실 학교에 오는 동문 선배들도 신입사원이므로 업무에 관하여 상세하게 아는 편은 아니다. 이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설명회에 오는 선배들로 충분하지만,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렇게 직접 실무에 크게 관여하고 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정말 도움이 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1시간 정도 이야기 나눴다. 이내 잡페어관을 방문했으나 점심시간이라 아직 시작을 안 했고 2시에 신청해둔 투어도 있으므로 옆에 있던 S 에너지를 잠깐 관람하고 투어에 참가하였다.
투어는 솔직히 말해서 최악 그 자체였다. 일자리 토크 콘서트 당시에도 그랬지만 대체 왜 봉사활동 나온 대학생들은 책임감이란 것이 없는가? 대본을 완전히 숙지하는 것까지는 요구하지 않아도 대본이 없으면 진행이 안 될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기술 이해도 역시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대학생인 관계로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말하기는 했지만 1일 차도 아니고 2일 차다. 충분히 나올만한 질문들이 있지 않은가? 앞의 기업의 태양광 패널과 지금 기업의 태양광 패널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이런 발전설비가 대략 어느 정도의 생산하는지 그 누구도 묻지 않았던 것일까? 심지어 가이드 하는 도중에 이 대학생들과 관련된 사람이 슬그머니 오더니 둘이 수다나 떨고 있는 등 프로페셜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투어에서 대학생도 대학생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애니홈스 대표였다. 일자리 토크 때도 자기 기업 PR을 하라니깐 요즘 대학생들은 어떻고 이야기를 하더니 투어에서도 기술에 관한 설명은 전혀 없고 세일즈만하기 바빴다. 제품을 꽂는 것만으로도 전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모습과 제품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이 적힌 카탈로그를 보고 나니 AC를 DC로 정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손실들을 어떻게 극복한 것인지 몹시 궁금했지만, 대표는 제품 세일즈에 열을 올리기 바빴다. 기업인으로서는 몹시 바람직한 모습이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떻게 20여 년 동안 세일즈의 혼을 숨기고 대학교수를 한 것인지 놀라웠다. 결국 기술에 관한 설명은 듣지도 못한 채 자리를 떠나야 했다. 이 외에 기억에 남는 것은 KT다. KT관을 돌 당시 주제가 대기업관이었는데 이 중 삼성전자를 먼저 방문했다. 인상은 기술 소개라기보다는 세일즈. 솔직히 궁금한 것도 없고 색다를 것도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대기업관에 크게 실망하고 있었다. KT관 역시 처음에는 크게 실망하였다. 뭔가 새로이 얻어갈 지식이 없는 느낌이었으나, KT 엔지니어와 대화를 해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KT 엔지니어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KT가 에너지 대전에 참여하여서 신기하지 않냐고.’ 물론 KT는 분명 통신업체인데 에너지 대전에 참여했다는 점이 카탈로그를 읽을 당시부터 좀 이상하긴 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KT는 이미 오래전부터 에너지에 관한 사업을 전반적으로 통틀어서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iot와 같은 기술이나 에너지 거래 등등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선점하고 있었다. KT 엔지니어와 차분히 길게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투어에 참가한 상태이고 이미 충분히 길어진 탓에 볼일이 끝나면 다시 돌아오기로 하고 자리를 떠났다. 결국 시간이 부족하여 다시 방문하여 KT의 비전을 듣지 못한 점이 지금도 참으로 안타깝다.
어찌 되었건 투어가 끝나고 시간이 3시를 넘으니 더는 잡페어관을 미뤄둘 수 없었다. 잡페어관을 방문하자 사전예약자라서 가능한 한 기다림 없이 상담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전 예약은 올바른 판단이었다. 우선 신청 가능한 기업이 3개까지라서 눈여겨보았던 동서발전과 S에너지, 한국에너지공단을 신청하였다. 제일 먼저 상담한 기업은 한국에너지공단이다. 처음에는 약간 틀에 박힌 이야기를 조금 나누었다. 지금 3학년 1학기 재학 중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인데 어떻게 준비를 하는 게 좋겠는가. 이런 질문에는 공기업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전공들 준비와 어학 준비 기사 자격증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던 상태라 ‘인터넷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정보입니다만 질문에 기분 나빠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라고 양해를 구하고 어떤 업무를 하는지 물어봤다. 업무 내용을 정리하자면 대한민국 에너지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곳이었다. 이후부터는 참 깊은 시간을 가졌다. 회사에서는 내게 노동력을 가져간다. 그렇다면 회사는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돈이나 복지, 근무 분위기 등을 이야기했다. 이에 ‘돈은 중요합니다만 먹고 사는데 걱정 없으면 크게 상관없습니다. 근무 강도야 약하면 좋지만 필요하다면 야근도 상관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회사를 졸업 그러니깐 명예퇴직하고 나면 제게 남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봤다. 사실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자신이 없으면 제대로 된 답변도 하지 못한다. (S 에너지에 같은 질문을 해보았을 때는 누가 사기업 아니랄까 봐 대답은 하지 않고 내게서 받아갈 것만 이야기하기 바빴다) 답변은 내용이 길어지므로 적지 않겠지만 정말로 만족스러운 답변이었다. 마지막으로 ‘사기업들은 졸업한 선배들이 취업 설명회로 오면 업무에 관해 많이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공기업은 그런 것이 너무 어려워서 그런데 혹시 이런 분들과 컨택 해 볼 방법이 없겠냐.’는 말에 사무실 연락처까지 알려주는 모습이 커다란 감동이었다. (S 에너지는 선배 중에 여기 들어온 사람이 있는 거 아니면 포기하라고 대답했다. 같은 사기업이어도 삼성전자는 흔쾌히 명함을 주는 것과 비교하면 삼성이 대기업은 대기업이다) 어떤 회사가 그것도 신입사원이 아닌 과장이 한낱 학부생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무리한 요구에 자기 자리 번호까지 알려주겠는가? 다음으로 상담한 기업은 S 에너지이다. S 에너지는 이 과정에서 적잖이 실망했다. 위에서 괄호를 단 것처럼 말 그대로 비즈니스로 어쩔 수 없이 와 있다는 느낌. 우리 대학이 유명한 대학은 아님이 분명하지만 대하는 태도가 거의 지방의 이름 모를 대학을 대하는 듯하였다. 깊은 이야기도 전혀 없이 그냥 형식적인 대답의 나열뿐. 상담을 끝내면서 ‘우리 대학이 전기전자로 무척이나 유명한 대학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S 에너지라는 회사의 존재를 잘 몰라서 서로서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 혹여나 후에 채용설명회를 할 예정이 생기면 광운대학교에서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담당자 성격이 꼬여서 그런 걸까? ‘학교에서 거부하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하더라. ‘그럴 가능성은 작다. 학생들이 근래 광운대학교에서 채용설명회를 하는 기업이 점점 적어져서 불만의 소리가 줄줄 나오고 있다. 한다고 하면 학교는 환영할 것이다. 내가 교수님한테든 학장님이든 이사장님이든 항의를 해서라도 동의를 받아내겠다.’라고 말하자 그제야 알았다는 대답을 들었다. 물론 알았다는 말은 생각나면 잠깐 생각만 해보겠다는 대답이겠지만. 마지막으로 상담을 한 곳은 동서발전이었다. 사실 동서발전에는 크게 물어볼 것이 없었다. 일단 R&D 담당자와 긴 시간 대화를 나누었고 공기업의 전반적인 사항은 한국에너지공단과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짧게 적고자 하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기술직도 자격증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보통 공기업에서 전문직을 갈 경우 기사 자격증은 서류전형에 있어서 가점된다. 하지만 정말 완전히 아무것도 보지 않고 가·불가 판정만 거치고 시험의 기회를 준다고 한다. 그 때문에 자기는 입사 당시 35명 뽑는데 시험 보는 지원자만 1천여 명이었다고 이야기하며 우리 회사를 준비할 거면 시험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후 시간이 5시가 되면서 당일 행사는 종료되었고, S 에너지의 엔지니어와 긴 대화를 나누지 못했기에 양해를 얻어가며 S 에너지 좀 더 명확하게는 S 파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이날 하루를 마쳤다. (KT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정리를 마친 상황이었다.)
전체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하루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돌다 보니 당이 떨어졌다. 기업에서도 미리 준비해둔 간식들이 소비되어 있던 상태라 간식도 없이 행군하던 훈련소 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만큼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건져갔다. 현직 기술자 그것도 신입이 아닌 숙련된 기술자와 업무에 관하여 대화해볼 기회가 언제 있을까? 그 기업의 비전이 무엇인지 홈페이지에서 읽는 것과 기술에 관한 설명과 자료를 이야기하며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의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이날의 첫 끼는 행사가 끝나고 서울역에 내려서 시청까지 걸어와서 시청 근처의 식당에서 7시에 먹은 것이 첫 끼였다. 하지만 돈으로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 후회 없던 하루다.